'call me by your name'
제발 좀 보라고, 바흐를 좋아하니 분명 좋아할 거라는 지인의 말에
바쁜 일상 속 잠시 짬을 내었다.
이성이든 아니든 상관없이,
누군가를 사람 그 자체로 사랑한 적이 있는가?
만약 없다면, 당신에게 있어 사랑은 그저 달기만 한 복숭아 같을지 모른다.
인간, 그 존재 자체로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었다.
그 사람은 책을 사랑했다.
그 사람은 클래식을 좋아했다.
그 사람은 자신의 철학이 있어 누군가에 휘둘리지 않았다.
세상에 관심이 많았으며, 토론을 좋아했고, 다른 생각을 가진 이와 얘기할 때도 흥분하지 않았다.
나는 그 사람의 생각과 지식을, 평온한 말투를 사랑했다, 존경했다.
서로 애인이 있었기에, 그 사람은 나와 동성이 아님을 아쉬워했다.
그 사람은 항상 예의를 지켰다. 나 역시 그랬다.
누군가 그 사람에 대해 물으면 항상 이렇게 대답했다.
"나는 그 사람의 뇌를 사랑해..."
지구상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내 생각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,
이성적 끌림과는 전혀 다른 그 이상의 무엇을 가진 사람,
밤새도록 책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고,
일방적으로 쏟아내는 끝없는 지식의 향연으로 나를 초대하는 사람.
몸도 마음도 아름다운 시절에
인간 대 인간으로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
그 시절에만 겪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경험이 아닐까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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